점심시간, 배는 고픈데 딱히 먹고 싶은 건 없었다. 가까운 골목을 걷다 발견한 베트남 국수집. 그저 쌀국수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려 들어갔을 뿐이다. 그런데, 눈에 들어온 메뉴판은 쌀국수보다는 일본 라멘과 돈까스 메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베트남 음식점에서 웬 돈까스? 호기심으로 주문한 돈까스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접시에 깔끔하게 담겨 나온 돈까스는 겉은 바삭, 속은 촉촉, 말 그대로 겉바속촉의 정석을 따르고 있었고, 고기 두께도 9천원대의 금액의 돈까스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두꺼웠다. 첫 입을 베어 물고 나서 나는 깜짝 놀랐다. '어라? 이거 진짜 맛있는데?'
쌀국수 전문점에서 맛보는 돈까스
나름 돈까스 맛집을 다녀본 나로서는 다른 가게와 견주어도 훌륭한 맛의 가성비 끝판왕의 돈까스 맛집을 발견하게 된 것에 기쁨을 느꼈. 그 이후로 나는 그 식당의 단골이 되었다. 아직 모든 메뉴를 맛 보지는 못했지만 여러 메뉴를 먹어보기 시작했다. 모두 맛이 괜찮았지만 나에게는 가장 최고는 역시 돈까스였다.
이 식당은 천안 나사렛대학교 후문 쪽 근처에 있는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인 '점보포미 쌀국수 쌍용점'이다.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베트남 쌀국수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식당이나, 태국음식, 그리고 에비동과 돈까스 같은 일식도 같이 제공하고 있었다. 또 대학가라 그런지 대부분의 음식 메뉴 가격도 착한 편이었다. 이런 집에서 그저 우연히 먹게 된 돈까스. 난 베트남 전문점에서 숨은 돈까스 장인을 발견했다.
이 집에서 로스카츠를 주문하면 키친에서는 주인장이 돈까스 고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후에는 돈까스를 튀기는 소리, 그리고 다 튀겨졌다는 것을 알리는 듯한 알림소리가 들리고 나면, 돈까스가 양배추 샐러드와 함께 나온다. 작은 식당이라 이러한 돈까스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 예상되는 소리가 그대로 전달된다.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이 집의 돈까스는 주문하자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문과 함께 고기를 두드리기 시작해 조리하는 시간이 다소 소요된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결코 후회가 없다. 그만큼 바삭하고 맛있는 돈까스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이 집의 또 다른 장점은 셀프로 제공되는 장국과 그리고 단문지, 락교, 매운 고추 등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 위치 :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14길 27 1층 점보포미 쌀국수 쌍용점
- 영업시간 : 토~목요일 11:00~21:00 (매주 금요일 정기휴무)
우연이 선사한 기쁨과 또 다른 우연을 바라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이번 경우가 같은 전혀 기대가 없었던 우연에서 얻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계획 없이 떠났던 여행지에서 만난 멋집 풍경, 목적 없이 들어간 골목에서 발견한 예쁜 카페,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이는 지하철에서 바라보는 일몰 등, 그리고 이번과 같이 우연히 들어간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에서 만난 돈까스와 같이 말이다. 삶은 그렇게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기쁨을 주는 것 같다.
우연히 들어간 작은 식당에서 만난 돈까스처럼, 인생의 반짝이는 순간들도 늘 길모퉁이에 숨어 있다. 우리는 그저 가끔은 기대 없이 걸어 보기만 하면 된다. 오늘도 나는 또 다른 우연을 기대해 본다. 이 집처럼 우연히 들어간 집에서 맛보는 맛있는 음식, 골목을 걷다 만나는 예쁜 서점, 그리고 퇴근길에 우연히 만나는 노을, 그리고 동네에서 문득 만난 예쁜 벚꽃 나무, 그리고 우연히 들린 숨은 고수의 맛집을 발견하는 선물 같은 순간을 다시 한번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