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유난히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충북 보은의 법주사와 보은대추축제가 생각난다. 조용한 산사인 법주사와 시끌벅적한 보은대추축제의 상반된 분위기가 또 다른 여행의 매력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천년의 시간을 담은 법주사
보은 법주사는 신라 진흥왕 14년(553년)에 의신대사가 창건한 고찰로 속리산의 품에 안겨 있어 자연의 고요함과 웅장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법주사는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불교 신앙의 중심지였으며 그 세월의 무게는 경내 곳곳에 남아 있는 국보와 보물들에서 그대로 전해진다.

법주사의 입구를 지나면서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웅장한 청동 미륵불이다. 높이 33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불상은 1990년에 조성된 것으로 과거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미륵신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미륵불 앞에 서면 세상의 복잡함이 잠시 잊히고 그 크기와 위엄 앞에서 나 자신이 겸허해지는 기분이 든다.
미륵불을 지나 경내로 들어가면 법주사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팔상전이 눈에 띈다. 팔상전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유일한 5층 목조탑으로 그 자체로도 역사적 가치가 크다. 벽면에는 부처님의 일생을 여덟 장면으로 나눈 팔상도가 그려져 있어 이 탑을 한 바퀴 돌면서 자연스럽게 불교의 가르침을 되새길 수 있다.
법주사의 경내를 천천히 걸으며 용화전, 원통보전, 능인전 등 다양한 전각을 둘러보는 것도 잊지 말자. 이곳은 조용히 기도를 드리고 명상을 하기에 좋은 장소다.

법주사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템플스테이다. '다~ 잘 될 거야'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법주사 템플스테이는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 프로그램이다. 당일형과 1박 2일형 등 다양한 일정이 마련되어 있어 개인의 일정에 맞춰 참여할 수 있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 템플스테이야말로 최적의 선택일 것이다.
만약 시간적으로 여유가 더 있다면 속리산세조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속리산세조길은 세조가 걸었던 길로 유명하며 법주사 일주문부터 시작해 세심정까지 이어지는 2.4km의 숲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이 길은 산책코스로는 딱이다.
달콤한 대추향 가득한 보은대추축제
법주사 투어를 마친 후 속세에서의 가을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 바로 보은대축축제로 발길을 옮겨보자. 보은대추는 오래전부터 임금님께 진상될 만큼 그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매년 가을 10월 법주사 입구에서는 이 맛있는 대추를 맛볼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축제가 열리는 곳에 들어서면 대추를 판매하는 부스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맛보기로 건네주는 대추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다. 특히 이곳 대추는 사과처럼 단 맛이 훌륭하여 절로 지갑을 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 축제에서는 신선한 대추를 구매할 수 있어 좋다.
축제에서는 대추뿐만 아니라 보은의 다른 청정 농특산물도 만나볼 수 있으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유명 가수들이 참여하는 공연 등도 열려 흥을 돋우기도 한다.
가을 여행지로 보은 법주사는 단풍이 물든 고즈넉한 산사가 주는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이다. 반면 보은대추축제는 보은 대추를 맛보며 사람들 속에서 속세의 즐거움을 맛보기 좋다. 이 이율배반적인 색다른 경험이 가을에 보은을 방문하는 이유가 되며 또다시 찾고 싶은 가을 여행지로 기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